제로웨이스트라니. 제목을 써놓고 나서도 좀 낯간지러운 기분이다.
개념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평생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시도할 생각조차 안하고 살았다.
그러다 올해부터 일회용 마스크를 매일 매일 쓰다보니 점점, 내가 그리고 우리들은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걸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근데 또, 마스크 많이 쓰고 버렸다고 제로웨이스트 실천해야지! 하고 곧바로 결심이 들었던 것은 아니고...
그냥 내 개인적인 건강을 위해 구매했었던 한나패드를 몇 달 쓰다보니까, 정말로 생리기간에 일회용 생리대를 하나도 안 쓰게 되는 걸 몸소 느끼고, 생각보다 생활습관 하나의 변화가 꽤 큰 변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거기서부터 제로웨이스트를 시작하기로 했다.
맥시멈리스트인 내가 어떻게 하면 미니멀리스트가 될 수 있을까, 요즘 들어 되게 고민하고 있었는데, 제로웨이스트까지 할 수 있다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도 같았다.
하지만 부모님 집에 얹혀살고 있는지라 실천 가능한 제로웨이스트에 한계가 있어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까지만 실천해보려고 한다.
(※ 첨부된 사진은 전부 판매 페이지로 넘어갈 수 있도록 설정해두었으니 관심 있으시면 눌러보세요.)
내가 실천하고 있는, 또는 앞으로 실천할 것들
1. 일회용 생리대 대신 다회용 면 생리대 사용하기. 향후 2년 간은 면 생리대도 구매하지 않기!
보통 면 생리대가 2년 정도의 사용기한이 있다고 하니까(물론 그만큼만 쓰고 손쉽게 바꿔버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올해 구매하고 사용중인 한나패드를 앞으로 2년 정도는 꾸준히 사용할 생각이다. 당연히, 추가적인 면 생리대 구매도 하지 않기로! 다만, 한나에서 최근에 속옷비누와 속옷세제를 구매해서, 제품력이 괜찮으면 세탁용품은 계속 구매할 예정!
2. 일회용 화장솜 대신 다회용 화장솜 사용하기
기존에는 노브랜드에서 나온 매일 쓰는 네모 화장솜을 매일 아침저녁으로 닦토를 할 때 이용하고 있었다. 살면서 화장솜이 낭비라고 생각해보지 않았었는데, 이번에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이 생기면서 보니까 내가 화장솜을 한 봉지 쓰는데 한 3~4달 정도 소요... 1년에 한 3봉지를 쓰고 있더라(한 봉지에 240매입이니까 대략 1년에 600여개의 화장솜을 버리고 있었다). 매일 소량씩 쓰니까 잘 몰랐었는데, 모아놓고 보면 꽤 엄청난 쓰레기다.
나 혼자서 배출하는 것치고는 많은 편에 속하는 것 같아서 대체품을 찾아봤더니 다회용 화장솜을 팔고 있길래 구매했다. 사진 속 제품은 소락이라는 제로웨이스트샵 제품으로, 천은 소창이라는 소재로 되어있다고 한다. 찾아보니 대부분의 다회용 화장솜은 소창 또는 융으로 만든다고 하던데, 이곳 저곳 비교해보다가 소락 제품이 디자인이 꼼꼼하고 저렴한 편인 것 같아서 구매했다. 소창의 경우 생각보다 부드럽지 않다고 하던데, 피부 자극이 심하지 않다면 꾸준히 사용해보려고 한다. 저 세트 구성은 스테인레스 집게를 줘서 면생리대 말릴때 쓰기도 좋을 것 같고, 전용 세탁망도 같이 주고 있는데 비누망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3. 앞으로 향수는 액체보단 고체향수를 사용하기!
향수든 샴푸든 액체 제품은 물건을 담을 용기가 필요하다. 액체 향수만 해도 유리병과 플라스틱 뚜껑에, 향수를 빨아들여 분사하는 장치 또한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져있다. 또 그 유리병을 포장하기 위한 박스포장재까지 생각하면, 작은 향수 한 병을 감싸고 있는 구성품이 참 많다.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인 러쉬(비싸서 잘 못 쓰지만)는 동물실험도 반대하고 환경을 생각해서 포장을 최소화하기로 유명한 브랜드인데, 포장재를 줄이기 위해 고체 샴푸바와 고체 향수 등을 만들고 있다. 고체 타입의 향수는 액체 타입과 달리 은은한 매력이 있고, 알코올이 없다보니 발라도 독하지 않은 느낌이 든다.
원래 향수를 좋아해서 사용 중이던 액체향수들이 조금 있지만, 앞으로는 전량 소모 후 재구매하지 않을 예정이고, 사용 중이던 것들도 꽤 오래 되었기 때문에 디퓨저 만들기에 사용하고 있다. 이제까지 써본 고체향수 중에 제일 취향에 맞는 것은 역시 러쉬. 향도 너무 좋은데 친환경을 지향하고 있다니 더더욱 좋다. 사진 속 제품 말고도 다양한 제품들이 많다.
4. 다이소 천원 면봉 그만 사고, JAJU의 종이면봉 구매하기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실리콘 면봉이라는 것도 있던데, 실리콘 면봉은 왠지 아직까지는 거부감이 든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로웨이스트는 다이소에서 파는 플라스틱 통에 있는 면봉, 비닐봉지에 파는 면봉 대신 자주(JAJU)에서 판매 중인 종이면봉 구매하기! 사진 속에 있는 제품이 그 제품인데, 포장을 최소화한 점이 아주 맘에 든다.
5. 손수건 사용하기
손수건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 건 이니스프리 때문인데, 요즘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휴지 대신 손수건을 쓰자는 친환경 캠페인의 일환으로 에코손수건을 증정해주는 이벤트가 있었다. (찾아보니 매년 5월쯤 하는 것 같다)
그 당시 손수건이라고 하면 어른들이 쓰는 고급스러운 이미지거나 너무 올드한 이미지였는데, 이니스프리에서 준 손수건은 하나같이 뽀짝뽀짝 귀여운 일러스트를 품고 있어서 한 3년간 받아서 잘 사용했던 기억이 있다. 땀이 많은 체질이라 손에 땀이 나거나 할 때 좋아서 종종 들고 다니고는 했었는데, 어느샌가 잘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그나마 최근에 썼던 일은 지하철에서 치마입고 앉아있을 때 무릎덮는 용도? 어쨌든 안 쓰는 것보단 나은 일이니까 최대한 사용하는 걸로!
6. 카페에서 음료는 텀블러에 받기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개인 텀블러 가져가도 안해준다고 들었지만... 생각해보면 테이크아웃 커피 잔으로 버려지는 플라스틱이 너무 많다. 조금 귀찮기는 하겠지만 크지 않은 적당한 크기의 텀블러가 있다면 들고다녀도 좋을 듯 하다.
다만, 친환경 제품이라고 알려진 에코백, 텀블러를 마구잡이로 사들이는 것은 결국 오히려 친환경 행동이 아니라고 하니, 가지고 있는 제품에서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것이 맞는 듯! 아래에는 관련글을 첨부했다.
7. 바디워시 대신 비누와 비누망 사용하기
원래 바디워시를 쓰면 몸이 금방 건조해지고 간지러운 느낌도 들어서 잘 사용하질 않는데, 그 대신 비누를 사용하는 편이다. 비누를 또 케이스 위에 올려두면 밑이 물러지는 게 싫어서 비누망에다가 비누를 넣어서 걸어두고 쓰는데, 물만 묻혀서 거품내서 사용하니까 생각보다 되게 편하다. 내 경우엔 선물받은 비누망을 계속해서 사용 중인데, 아직 비누망을 사용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사진에 있는 소락에서 판매중인 면 제품을 추천한다.
3번에서 말했듯 고체 타입의 제품들이 액체 타입 제품들보다 친환경적이기도 하고, 비누망을 써서 거품을 내면 소량으로도 거품이 잘 나니까 아껴쓰기에도 참 좋다. 앞으로도 바디워시 제품은 사지 않고 비누를 사용하는 걸로.
8. 일회용 마스크 가능한 한 오래 쓰기
덴탈 마스크는 필터가 없어서 정말 일회용으로 사용했지만, KF 마스크는 회사 출퇴근시만 사용하기 때문에 3일 이상 사용하는 편이다. 가끔은 출근하는 5일 내내 같은 마스크만 쓸 때도 있다. 물론 마스크는 지정으로 걸어두는 나만의 공간이 있고, 화장을 안하고 다니다보니 재사용에 있어서 찝찝함도 적다.
면 마스크가 가장 베스트겠지만, 필터가 없는 면 마스크는 왠지 불안하기도 하고, 또 내가 세탁을 자주 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건강에는 안 좋을 것 같다는 생각.
9. 색조화장 줄이기
코로나가 유일하게 내게 준 자유가 있다면 화장으로부터의 자유이다. 마스크를 쓰게 되면서 파운데이션을 1달에 1회도 사용하지 않게 되었고, 립스틱/틴트를 안 바른 지도 몇 달 된 것 같다. 파운데이션을 안 쓰니 자연스럽게 프라이머/파우더/픽서 사용이 없어졌고, 눈 화장을 안하니 섀도우/아이라이너 사용이 줄었다.
유일하게 요즘 구매하는 것은 스킨케어 제품, 립케어 제품, 바디나 헤어케어 제품 정도인 듯 하다. 피부화장은 안해도 눈썹은 매일 그리다보니 브로우가 유일하게 쓰는 색조화장품인데, 깎아쓰는 제품이라 한번 구매 후 1년 넘게 사용 중이고, 아직도 반 이상 남았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어느새 줄이고 안 쓰게 되었고, 꽤 익숙해졌다. 노파데 별거 아니었구나!
10. 친환경 포장 기업인지를 고민하기
온라인 구매 자체를 줄이는 게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매장이 내가 사는 지역에 아예 없거나, 직장인이다보면 구매할 시간이 나지 않거나 하다보면 온라인 구매를 하게 된다. 사실 편리하기도 하고. 근데 막상 택배상자를 받았을 때 뽁뽁이로 가득찬 상자를 보면 살짝 마음의 부담을 갖곤 한다. 그래서 앞으로는 구매 전에 뽁뽁이가 아닌 지아미(종이포장지) 또는 종이 완충재를 사용하는 브랜드인지 고민하기로 했다. 내가 주로 이용하는 쇼핑몰 중에서는 시드물이 지아미를 사용하고 있다. 사실 가장 좋은 것은 구매 자체를 줄이기. 그래서 옷 구매 자체를 줄이려고 d-day 도전을 하고 있는데, 9월 9일 현재로서는 의류를 마지막으로 구매한 지 39일이 지난 날이다. 올해 목표는 겨울 전까지 의류 구매 하지 않기!
아직은 실천하기가 어려운 것들
1. 천연수세미/밀랍랩/고체세제 사용하기
지금 내가 주부라면 사용해보겠지만, 아직까지 주부가 아니라서 구매/사용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2. 소프넛 사용하기
1번과 같은 이유로 내가 주부가 아니여서도 있고, 국산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수입산인 소프넛을 해외에서 들여오다보면 소프넛을 데려오기 위해 움직이는 비행기를 생각했을 때 결국엔 친환경이 아니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언젠가 내가 가정을 꾸리거나 독립을 하거나 해서 살림을 하게 되었을 때는 애초에 국산 소프넛을 찾아서 쓰게 될 지도?
3. 고체치약/대나무칫솔 사용하기
시중에 고체치약 판매하는 양을 보니 액체치약보다 양이 적어보여서 결국 더 많은 쓰레기가 나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왠지 쓰면 쓸수록 나한텐 별로 필요없는 스테인레스 통이 쌓일 것 같은 느낌? 비닐+종이봉투에 판매하는 것도 있던데 그것도 많이 사면 무슨 소용인가 싶고...
또, 칫솔의 경우엔 이미 사둔 칫솔들이 좀 있다. 나는 플라스틱 칫솔도 1~2달 사용하고 바꾸진 않고 모가 벌어질 때까지 한참 쓰기 때문에, 만약 대나무 칫솔을 사용했을 때 내구성이 떨어진다면 그만큼 자주 바꿔야하니 크게 의미가 있나 싶은 느낌도 들었다. 차라리 워터픽을 구매해서 장기적으로 사용할 지도 고민이 됐다. 물론 초기비용이 좀 막대하지만.
그래도 그나마 다른 부분들에 비해 살림하지 않는 내가 제일 실천 가능한 부분이기도 해서, 현재 사용중인 것들이 다 처리되는 대로 사용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4. 실리콘/유리빨대 사용하기
요즘은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쓰는 기업도 있긴 하지만, 종이 빨대는 음료의 맛에도 영향이 있어서 별로 선호하지는 않는 편이다. 그렇다고 다른 친환경 빨대를 쓰자니 실리콘은 먼지가 묻어서 관리가 어려울 것 같고, 유리는 덤벙대는 내가 깨서 몸으로 흡입될까봐 불안하고... 그나마 고민중인건 스테인레스 빨대인데 잘 세척하며 쓸 수 있을 지 모르겠다. 그래서 일단은 보류!
5. 샴푸 대신 샴푸바 사용하기
예전에 샴푸용 비누를 이용했었는데 나한테 별로 안 맞았던 기억이 있다... 게다가 지성/트러블 두피라 맞는 샴푸를 찾기가 어려워서 샴푸를 함부로 바꾸지 않는 편. 그나마 다행인 건 리필스테이션 알맹상점에서도 리필해주는 아로마티카 샴푸를 현재 사용하고 있어서, 약간 '착한 기업이 사용하고 있다면 괜찮은 거겠지?' 하는 애매한 안도감으로 쓰고 있다.
6. 온라인 닭가슴살 도시락 제품들
매일 도시락으로 먹고 있는 닭가슴살... 정말 정말 정말x100000... 많은 비닐 쓰레기가 나오고 있어서 정말 신경 쓰이기는 한데, 코로나 이후 식당 가는 대신 사두고 먹는 제품이라 어떻게 해야 할 지 많이 고민이 된다. 결국 주로 구매하는 사이트에 생분해비닐을 사용한다던지 하는 제안글은 남겨둔 상태인데, 매일유업 빨대 스토리처럼 곧장 피드백이 되어 해결되리란 기대는 크게 하지 않는다...
제로웨이스트샵 알맹상점에서 공유한 알맹지도
내가 거주하는 지역은 아직 제로웨이스트샵 또는 소분샵이 없지만, 그나마 가까운 지역에 종종 가고는 해서 나중에 참고해서 방문할 의향이 있다. 지도 참고해서 나중에 방문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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